“나쁜 놈들이 사냥 당하면 사회를 위해서는 좋은 것 아닙니까?”

플라톤의 <국가>에서는 “기게스의 반지”를 낀 사람이 과연 도덕적으로 살 수 있을지 묻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어떤 일을 할 권력’이 생긴다면, 아무래도 대다수 사람은 정의롭지 않은 일을 선택할 거라는 거죠. 그리고 여기, 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두 가지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모범택시> 공식 포스터.

                                                      <**모범택시> 공식 포스터.**

**드라마 <모범택시>**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시즌 2가 방영된 SBS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부정의한 사회’로 정의하고, 사법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기본적이죠.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그에 소속된 택시 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사적으로 복수한다는 스토리입니다.

물론, 플라톤은 윤리적 행위가 우리에게 그 자체로 이익이 되므로 행해야 한다고 말했죠.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보편적으로 ‘불의한 일은 처벌받으므로’ 윤리적 행위를 해야 한다는 논리가 퍼져 있습니다. 이 드라마도 동일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사법부의 권위와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기게스의 반지는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어떤 행위를 하는 능력을 줍니다. <모범택시>가 그려내는 사회처럼, 국가의 공권력이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꼭 기게스의 반지처럼 모습이 투명해지면서 비현실적인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으며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 권력이 발생하는 건 똑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모범택시>는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어떤 행위를 하는, 즉 기게스의 반지와 유사한 능력을 갖춘 두 집단을 보여줍니다. 먼저 “김도기”를 비롯한 “무지개 운수” 식구들은 모범택시와 택시 회사라는 위치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의심을 덜 사고, 불의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단행할 수 있죠.

그리고 그들에게 복수를 당하는 집단은 주로 돈이 많아 공권력을 매수하거나,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해 불의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불의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게 만들곤 하고요.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

드라마에 나온 한 에피소드로 적용해 볼까요? 드라마 12회부터 14회까지 방영된 <블랙썬 사건>인데요. 이름에서 느끼셨겠지만, 2019년 전국을 경악하게 했던 “버닝썬 게이트” 사건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클럽 “블랙썬”이 마약을 유통하고 그를 사용해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범죄의 온상으로 그려지죠. 그러나 이 “블랙썬” 클럽은 비리 경찰과 유착해 제대로 된 단속조차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버닝썬 게이트” 또한 공권력이 개입해 있던 정황이 드러났고, 추후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도 매우 미흡해 대중들의 공분을 샀고요.

                     드라마 <모범택시> 방송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스브스나우”

                 **드라마 <모범택시> 방송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스브스나우”**

반면, 드라마에서 이들을 처벌한 방식은 매우 통쾌했습니다. 마약과 탈세, 살인 등 각종 범죄의 사실들을 모두 밝혀내 법의 심판대에 세웠죠. 여타의 사건들이 사적인 복수에서 마무리되기도 했던 것과 달리, ‘제대로 된’ 사법 절차를 밟게 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결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