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들이 일방적으로 미디어 인물을 소비했던 과거와 달리, 각종 SNS와 같은 양방향 매체의 활성화로 점차 수용자와 미디어 인물 간의 거리는 좁아졌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제 미디어 속 인물들은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측면에서 나아가 더 사적이고 내밀한 측면까지 수용자들에게 노출된다는 의미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점차 미디어 인물과의 관계에 몰입하게 되는데요. 현실에서는 거의 접점 없는 일방적 관계일지라도, 마치 수용자들이 그들과 실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듯 느끼는 겁니다. 이걸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 이론”이라고 말해요.

그래서인지, 연예인들은 너도나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수용자들이 그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열중합니다. 때로는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 몸을 사리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 누구누구의 미담, 누구누구의 인성 논란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굽니다. 전자는 해당 연예인의 팬덤이 더 공고해지는 계기라면, 후자는 금세 퍼져 그의 연예인 생활을 사실상 끝내버리기까지 하죠.

그렇지만 이미지를 벌어 먹고산다는 일이 과연 연예인들에게만 한정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건 사실상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니까요.

앞서 연예인들의 생활을 바꿔놨던 양 방향적 매체, 특히 SNS는 우리와 같은 일반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단면적이고 일방적인 SNS의 특성은 아주 사소한 일상들도 쉽게 미화할 수 있죠. 심지어 일반인들도 노출되는 ‘이미지’를 잘 관리하면 인플루언서로서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경제적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이렇듯 잘 ‘관리된’ 이미지의 힘은 실로 대단한데요. 특히 SNS로 그려지는 이미지의 실체를 미스터리로 그려낸 소설을 소개하려 합니다.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더욱 화제였던 소설, **주영하 작가의 <행복배틀>**입니다.

                                                          각각 소설과 드라마 <행복배틀>의 공식 이미지.

                                                      각각 소설과 드라마 <행복배틀>의 공식 이미지. 

행복해야 이기는 게임

<행복배틀>은 “미호”가 친구였던 “유진”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약간의 설정 수정이 있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유사합니다.

“미호”가 친구의 죽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일명 “행복배틀”의 실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소설 속 “나영”, “유진”, “정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들만 산다는 “하이프레스티지 아파트”에 살고, 골드반 엄마들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든 걸 다 갖춘 듯한 그들은 이제 물질적인 부유함을 SNS에 전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죠.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그 행복으로 우위를 다투고자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랫폼은 SNS였고요.

그러나 그들이 앞다투어 행복을 자랑하던 SNS는 어느새 격렬한 갈등의 장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누가 더 행복한지 겨루기 위해 고안한 여러 방법은 범죄의 영역까지 침범하기도 하고요. 그 모든 양상을 좇던 “미호”는 결국 “유진”의 죽음에 얽힌 일들을 파헤치게 됩니다.

                                           드라마 <행복배틀> 방송 화면 갈무리. ⓒ 유튜브 “ENA 이엔에이”

                                       드라마 <행복배틀> 방송 화면 갈무리. ⓒ 유튜브 “ENA 이엔에이”

“이렇게 이미 다 가졌는데, 얼마나 부유한지나 자랑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