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바로 C.S 루이스 원작의 판타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입니다. 나니아 세계를 구하러 간 아이들의 여정을 통해 영화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속 이야기를 파헤쳐 봅시다!
네 명의 페벤시 남매들은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을 피해 먼 친척인 커크 교수의 저택에 맡겨지게 됩니다. 호기심 많은 막내, 루시가 옷장 속 세상 ‘나니아’를 발견하면서 아이들 앞에는 꿈만 같은 모험이 펼쳐지게 되죠.
처음 ‘나니아’ 세상을 발견한 루시는 염소 인간인 톰누스를 만나 나니아의 기나긴 겨울을 불러온 마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지만, 셋째인 에드먼드는 길을 잃고 헤매다 바로 그 마녀와 먼저 마주치게 되면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슬란과 남매들을 배신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담의 두 아들과 이브의 두 딸이 하얀 마녀를 물리치면 나니아에 평화가 온다.
자신들이 나니아를 구할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머지 형제들은 아슬란의 군대에 합류하고 그의 도움으로 결국 에드먼드 역시 구출되지만, 쫓아온 마녀에 의해 배신자로 지목되고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마녀는 나니아를 세운 심오한 마법에 따라 배신자의 피는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죠. 아슬란은 결국 에드먼드를 지키는 대신, 스스로 희생하며 돌 탁자 위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법의 세계 ‘나니아’에서 아슬란은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선’을 수호하는 사자를 상징하죠. 그렇다면 그는 왜 단순히 마녀를 제압하고 에드먼드를 구하는 대신, 자신을 희생해야 했을까요? 마녀의 군대 앞에 무릎 꿇려지고, 갈기가 잘리는 갖은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마녀가 주장하는 나니아의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슬란이 상징하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기준, 바로 ‘이성’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수잔과 루시에게 설명해 준 아슬란의 말처럼, 동이 트면서 돌 탁자는 갈라지고 아슬란은 죽음 사이에서 살아 돌아오게 됩니다
배신하지 않은 자가 배신한 자를 대신해 희생하게 되면 돌 탁자가 갈라지면서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다.
결국 마녀와 맞서 나니아의 평화를 되찾아 오는 것은 네 명의 미성숙해 보이는 아이들입니다. 전쟁을 피해 시골의 낯선 마을에 피난을 온 연약한 인간이, ‘나니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악을 물리치고 평화를 구해내는 영웅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결국 (자연의) 질서를 지탱하는 것은 숭고하지만 복잡한 질서에 묶여있는 절대적 존재가 아닙니다. 불안정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결국은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인간이 가진 의지이죠. 아슬란이 가진 힘은 숭고하고 강력하지만, 결국 그를 부른 것은 순수한 용기를 가진 인간, 루시였던 것처럼 말입니다.